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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일 사무총장 신문 기고 "군사 전쟁과 코로나 전쟁의 메타포"
등록일 2020.06.23 조회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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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후 급속히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올해 3월 초에 이르러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세계적인 유행병을 의미하는 팬데믹으로 분류한 데 이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초기에 안일한 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월 초 “세계는 지금 보이지 않는 적(invisible enemy)과 전쟁 중”이라고 선언했다. 이 전쟁이 2차 대전 때 가장 치열하고 중요했던 “일본의 진주만 공격”보다도 “더 도전적이다”고 표현했다.


이제 코로나19와의 전쟁이란 메타포(은유법)는 전화벨 소리만큼 일상에서 자주 들리고 있다.

왜 군사적 용어인 ‘전쟁’이 코로나19에 쓰였는지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과거에도 국가나 사회가 중대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할 때, 전쟁이라는 군사적 메타포를 사용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민생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범죄 및 폭력과의 전쟁’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4년 위대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빈곤과의 전쟁’을,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팬데믹 맥락에서 왜 지도자가 앞다퉈 전쟁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하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코로나19에 관한 세계 지도자의 강한 위기의식과 불안감 수준이 적나라하게 반영돼 있다고 본다. 전쟁이라는 메타포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안으로 사람에게 매우 강한 임팩트를 지닌 단어다. 이같이 임팩트가 강한 메타포를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사용함으로써 국민에게 강한 단결심, 비상한 각오, 거룩한 희생정신을 효과적으로 호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가의 제한된 인적 재정적 자원을 평소 관례에 비해 파격적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거나 동원하는 데도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역을 최전선(front line)으로 부르거나,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인과 지원 인력을 ‘전사(warrior)’로 호칭하는 것도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사기와 전의”를 진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군사 전쟁과 코로나바이러스 전쟁 사이에는 다양한 차이점이 있다. 군사 전쟁에서는 전술상 전우끼리 신체 접촉을 강화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코로나 전쟁에서는 의료수칙상 의료 인력끼리 신체적 거리를 충분히 둬야 한다. 전쟁에서는 공격자가 적군만을 분별해 겨냥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공격자는 환자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자녀까지 무분별하게 공격한다.

군사 전쟁에서는 추가적 인명 또는 경제 손실을 막기 위해 때로는 완벽한 승리가 아니더라도 적정한 선에서 협상과 타협을 통해 작전상 휴전이나 종전, 후퇴를 할 수 있지만, 코로나와의 전쟁에서는 어떤 교착 상태에서도 작전상 휴전이나 후퇴를 해선 안 된다. 오직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희생이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고, 전쟁 기간도 더 장기화될 수 있다. 또한, 군사 전쟁은 세계대전을 제외하고는 특정한 몇몇 전선에서만 전개되는 국지적 전쟁의 성격을 따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전쟁은 전 지구적으로 동시다발로 전개되는 유비쿼터스 전쟁이어서 몇몇 전선에서만의 승리는 무의미하다.

군사 전쟁에서는 국경과 국적이 적군·아군을 구분하는 요인이 되지만, 코로나와의 전쟁에서는 이런 구분이 없고, 모든 나라 모든 인류가 공동의 적인 코로나 앞의 아군이다. 미국의 트럼프와 러시아의 푸틴이 각기 적대 진영 사령관이 아니라, 같은 지구방위대 소속 아군 사령관이다.

마침 최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관한 희망적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백신은 군사 전쟁에서의 총알과 같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핵심 무기가 된다. 지역과 인종, 신분을 초월하는 코로나 전쟁의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전 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국적, 이데올로기, 종교, 피부색, 구매 능력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분배돼야 한다. 코로나는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끝나지 않으면 끝난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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